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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У войны не женское лицо

Светланы Алексиевич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

 

 

책을 사면서 제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전쟁이 여러가지 얼굴을 할 수 있는데 자신의 의지로 여자의 얼굴은 하지 않았다는 뜻인가?

대체 무슨 소리냐며

 

160 페이지까지 읽으니 이해가 되었다 

 

 

 

전쟁은 이 얼굴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아이들을 붙잡으며 울던 엄마의 얼굴이 아니라는 뜻이다

작가를 얘야, 딸아, 아가야...라고 부르는 200여명의, 이제는 노파가 된 소녀들의 얼굴도 아니라는 뜻이다

 

 

 

 

15, 16, 17세의 소련 소녀들이 1941년 2차대전에 참가했고, 그들이 겪은 전쟁을 작가가 기록으로 남긴 책이다 

수많은 소녀들이 스스로 간호사, 비행사, 저격수, 통신병, 위생사관, 공병, 빨치산 등으로 참전한다

"아이들까지 전선으로 가겠다며 학교를 도망쳐 나왔지. 기차를 타고 가거나 길을 가다가 붙잡혀 왔어. 그러면 다시 도망쳤고 다시 전선으로 향했어. 역사는 앞으로도 수백년을 더 '그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라며 고민할거야. 대체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어디에서 왔을까?"            

 

어디에서 온 어떤 사람들이건 간에 그들은 공동묘지에서 하룻밤 보초를 선 후 두려움에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리거나 매일 엄마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면서도 평균 80킬로그램의 부상자들을 전장에서 나르고 치료하고, 묻고. 자신이 죽인 적군들이 꿈에 나타나면 혹시라도 누군가, 아직 죽지 않아 지금이라도 치료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애를태우면서 지치고 병든 가운데 싸웠고, 훈장을 받으며 용감하게 자신들의 전쟁을 했다

 

이렇게 수백 개의 테이프에 담긴, 지금은 할머니가 된 여성전사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작가가 마지막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이 아니다......여자의 얼굴이 아닌 전쟁 Unwomanly face of war

 

 

"어디서 있었던 일인지는 기억 안 나....거기가 어디였는지....한번은 헛간에 부상자들이 200여명 가까이 꽉 찼는데, 위생병은 나 혼자였어. 전쟁터에서 부상자들이 생기는 대로 곧장 헛간으로 데려오다 보니 그렇게 된거야. 마을 이름은 잊어버렸어...그후로 몇 년이나 흘렀는지도 모르겠고...꼬박 나흘을 잠 한 숨 못자고 잠깐 앉을 새도 없이 뛰어다녔던 것만 기억나. 그 많은 부상자들이 모두 비명을 지르며 나를 불러댔지 '간호병! 간호병! 제발, 도와줘요!' 이 사람 저 사람에게로 정신없이 뛰어 다니다가 한번은 발이 걸려 넘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지 뭐야, '조용! 명령이다. 모두 조용히 한다!' 라는 고함소리에 잠이 깼지. 지휘관인 젊은 중위였어. 역시 부상당해 들어온 그 중위가 다치지 않은 옆구리로 반쯤 몸을 일으켜 소리치고 있더라고, 중위는 내가 쓰러질 지경이라는 걸 안거야,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 명령이고 뭐고 당장 죽을 것 같은데. '간호병! 간호병!' 부상자들은 계속 나를 불러댔어. 나는 벌떡 일어나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뛰어다녔지. 그리고 그때 전선에 온 이후 처음으로 울고 말았어. 그리고...사실 사람은 자기도 자기 마음을 모를 때가 많아. 한번은 겨울에 우리 부대 옆으로 독일군 포로 행렬이 지나갔어. 포로들은 찢어진 옷으로 머리를 싸매고, 불에 타 구멍이 숭숭 뚫린 외투만 걸친 채 추위에 꽁꽁 얼어 있었어. 그 때 날이 얼마나 춥던지 날아가던 새가 다 떨어질 정도였지. 새들이 날다가 그대로 얼어 죽은 거야. 그 행렬 속에 병사 하나가 가는데...어린 남자 애였어.... 울었는지 뺨에 눈물 자국이 얼어 있더라고. 그 때 나는 마침 손수레에 빵을 담아 식당으로 가져가던 중이었어. 그 아이가 빵수레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거야. 옆에 있는 나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지 수레만 바라봤지....빵이다...빵. 나는 큰 빵을 집어들어 좀 떼어서 그 아이에게 줬어. 아이가 받긴 받는데...어리둥절 한 것 같았어. 믿지 못하는 눈치였지. ...그래, 믿을 수가 없었겠지.  나는 행복했어....내가 다른 누군가를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기뻤어. 그리고 그런 나 자신에게 많이 놀랐지...."

나탈리아 이바노브나 세르게예바, 사병, 위생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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