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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Bonnard 에게 이르르기

 

 

 

중학교 시절부터,

참 다양한 인상주의 화가들을 하나하나

차례차례 좋아해왔다

 

가장 처음은 아마도 르노아르

내가 보는 세상과 그가 보는 세상을 일치시키고 싶을만큼

이 모든 지루함, 불안, 초라함을 지나면

저토록 빛나고 조화롭고 아름다운 빛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겠구나 

 

어린 내가 아직은 닿지못한

이 세계의 본모습일 것 같았다

 

 

 

 

 

 

 

 

그 다음은 아마도 반 고흐

 

세상이 가볍고, 달콤한 공기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닌가보다

 

헤세를 읽기 시작하고,

내가 이해 할 수 있는만큼씩의 세계가 고흐에게 다가가게 했다

 

어둡고 비틀리고 비정형이고

어디에도 굳이 아름다움을 추구한 흔적이 없는데

 

전체가 빛나고 전체가 강렬했다

 

 

 

고갱

 

 

그에게 보여진 세계

그가 이해하는 세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갱이라는 자아를 통하지 않은 객체 자체로서의 세계가

그의 캔버스 안에  다소 뻔뻔스럽게 드러나 있었고

난 좋았다

 

 

 

그 다음이 세잔

 

 

그의 단단함이 좋았다

흔들리지 않음

 

땅에 단단히 버티고 선 자의 확신, 혹은

그 확신으로 다가가는 자의 내적추구가 

지금도 좋다

 

 

노년의 괴테가 썼다는 시구

 

"단 한 번이라도 돌로 응집될 수 있다면"

 

내가 이해한 세잔

 

 

 

그 후에는

모네의 풀숲위에 놓인 초록색 다리, 양귀비, 빛나는 구름

 

 

 

그 후에도 정말 많은 인상주의 그림들에 시시때때로 반해왔다

 

 

 

 

 

 

 

 

하지만 그 오랜 시간동안 한번도 

보나르를 좋아한 적은 없었다

 

내가 좋아해온 인상주의와는 너무 다른 감성이었고

어딘가 병적으로 느껴졌다

 

 

 

 

 

 

 

 

 

최근 트위터 타임라인에 이따금 올라오는 보나르

영국 테이트 미술관에서 보나르전을 하고 있었다

 

 

 

 

이 그림이 가장 먼저 보였다

 

 

 

 

 

 

 

내가 보나르를 좋아할 수 있겠구나 처음 느꼈다

 

색채일 수도, 빛일 수도, 구도일 수도 있었겠지

갑자기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아니라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빛

정원으로 부스러지는 햇빛

 

하얀 식탁보를 빛나게 하는 빛

빛을 등지고 선 여인의 얼굴과 벽의 어두움조차도 품고있는 빛

 

 

 

드디어

보나르에게 닿았다

 

 

 

 

 

 

 

 

 

 

 

 

 

 

 

 

 

 

 

 

 

 

 

 

 

 

 

 

 

 

 

 

Hi, Mr. Bonn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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