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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이탈리아 관련 블로그에 시간 날 때마다 로마사를 올리고 있는데 이 며칠 그라쿠스Gracchus 형제들의 포스트를 썼다 어려서부터 한국사든 세계사든 역사 과목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유는 글쎄, 생각해보면 서사가 아니라 건조한 기록으로만 느껴졌고(회계 엑셀표같은?) 지나간 일에 시간을 할애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 경향은 지금도 있다 그래도 이 챕터를 지나면서 그라쿠스라는 특별한 가문과, 두 형제와, 그를 기록하는 역사가의 관점이 보인다 역사가는 자꾸 자신의 양가적 평가를 끌어넣는다 독자에게 객관성을 유지하게 하려는 장치인지는 모르지만 수십년간 함께 사는 사람도 파악하기 힘든 인류라는 종에게 전지적 객관 시점이라는 것이 가능한가? 프리츠 하이켈하임과 세드릭 요 두 사람의 저작이니 누군가의 주장이고 누군가의 .. 더보기
정용준 I 사라지는 것들 제 43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왜 모두 바스라지고 바래고 갈라지고 변하고 결국은 사라지는가 사랑은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더보기
천리향, 라프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천리향 Daphne odora alba (winter daphne) 그리고 라프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Vladimir Ashkenazy (piano) Kirill Kondrashin (conductor) Moscow Philharmonic Symphony Orchestra 1963/09 & 10, Walthamstow Assembley Hall, London 안나와 희영이와 함께 살던 아파트 아래층에는 긴 베란다 가득 천리향이 피었다. 봄이 되면 그리고 달이 뜨면 온 세상이 천리향 향기로 가득 차는 것 같았다 머리속까지 빼꼭하게 차오르던 꽃 향기 그리고 라프마니노프 더보기
Schubert - 겨울 나그네 전곡 Winterreise Betsy Marsch Dietrich Fischer-Dieskau (1952) 피셔 디스카우의 비디오 클립을 찾던 도중 마왕 샌드아트를 본 영향인지 겨울나그네의 이미지로 위의 그림을 고르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늘 생각하는 겨울나그네는 이런 분위기 눈이 자옥하게 내리고 사방이 고요한 더보기
Apollo belvedere The Apollo is now thought to be a Roman copy of Hadrianic date (ca. 120–140) of a lost bronze original made between 350 and 325 BC by the Greek sculptor Leochares 바티칸에는 조각이 그야말로 널려있기 때문에 2층 회랑, 별다른 과장없이 서있는 이 조각상에 주의하게 되기는 힘들다. 무더운 여름, 스쳐 지나가던 나는 뭔가가 잡아 당기는 것 같은 느낌으로 돌아보았다 이 남자가 서 있었다. 내 키높이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발 뿐이었는데 - 가죽 스트링 샌들을 신은 완벽한 발 '완벽한' 발, 완벽한 샌들, 나는 놀라서 위를 올려다 보았다. 멈추어서 보고, 한 걸음 옆으로 서서 보고, 다.. 더보기
나비꽃 풍접초風蝶草 spider flower 어릴 때 살던 집은 한 면이 모두 창이었는데, 창 밖으로 할머니가 정성 들여 가꾸시던 커다란 꽃밭이 있었다 인품 좋은 할머니를 따르던 동네 분들이 진귀하거나 예쁜 꽃을 보면 할머니께 가져다 주셔서 꽃밭은 갈수록 더욱 풍성해지고, 해마다 새로운 꽃들이 피어났다. 여름에 피어나던 예쁜 나비꽃 - 풍접초, 족두리꽃으로 불리운다는데 할머니께서는 늘 나비꽃이라고 부르셨다 지금 보니 한자명에 나비접자가 있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면 꽃밭에서 흙을 북돋우시거나, 모종을 심거나, 잡초를 뽑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연세가 드시도록 우아하고 아름다운 할머니의 인생은 신산했다 나쁜 남편을 만났고, 자식을 앗아가는 잔혹한 시대를 사셨고, 경제적으로도 가혹한 조건이었다 그런데도 할머니.. 더보기
Drunkboat (2010) 다음영화에는 "뭘 얘기하는 것인지, 한심한 스토리라고 단정짓는건 시건방일까" 가 누군가의 첫 리뷰로 등록되어 있다. 존 말코비치와 존 굿맨 나 역시 영화에 관한 정보를 읽고 싶어진 것은 존 굿맨이 열심히 연기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 뭘까? 내가 뭔가 놓치고 있나? 영화는 인생에서 실패한 한 남자가 옛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부터 사실상 시작한다. 지금은 누이동생이 teenager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집. 그를 돌아오게 한 것은 정신을 잃을 정도로 취한 그가 앉아있던 술집에 우연히 들어와 묻지마 폭행을 당하던 청년(큰 조카)이 떨어뜨린 소지품이었다. 그는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마당에 가만히 서있는다 창문으로 그를 지켜보던 여동생은 말한다 "자기가 술 취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려는거야" 한 나절을 지켜보던.. 더보기
Ridi Pagliaccio (Vesti la giubba 의상을 입어라) 올레티비에서 우디앨런의 To Rome with Love (2012)를 보는데 I Pagliacci 의 비장한 아리아가 나왔다 Ridi, Pagliaccio sul tuo amore infranto... - 아내에게 배반당한 순간에도 먹고 살기위해 의상을 입고 분장하고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해야하는 신세를 한탄하는 이 곡은 드라마틱 테너의 극적인 감정 표현이 요구되는 난곡이다 - 루치아노 파바로티 Luciano Pavarotti 마리오 란자 Mario Lanza 요나스 카우프만 Jonas Kaufmann 더보기